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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발생한 여객선 좌초 사고는 단순한 해양 사고를 넘어, 대한민국의 해상 안전 시스템에 심각한 경고음을 울리고 있습니다. 특히 사고 선박이 3분간이나 정상 항로를 이탈했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실시간으로 감시해야 할 해상교통관제센터(Vessel Traffic Service, VTS)가 이상 징후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국민적 불안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 중대한 안전 공백이 발생한 근본적인 이유를 전문적이면서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분석합니다.

     

     

    1. 해상교통관제센터(VTS)의 역할과 관제 시스템의 한계

     

    VTS는 레이더, AIS(자동선박식별장치), CCTV 등의 장비를 이용해 해상 교통의 안전과 효율성을 확보하는 핵심 기관입니다. 선박의 움직임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항로 이탈, 충돌 위험 등의 이상 징후 발생 시 선박에 경고 및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 주 임무입니다.

    그러나 관제 시스템은 몇 가지 구조적인 한계를 가집니다.

     

    • 관제 범위 및 밀집도 문제: VTS는 통상 항만 입출항로 등 지정된 구역 내에서 활동하며, 광범위한 해역 전체를 동일한 집중도로 관제하기는 어렵습니다. 특히 교통량이 적거나 지정된 관제 구역의 경계에 있는 해역에서는 관제의 밀도가 낮아질 수 있습니다.

     

    • 시스템의 '정상 범위' 설정: 관제 시스템은 선박이 지정된 항로에서 일정 범위 이상 벗어날 경우 경보를 발생시키도록 설정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단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미세한 항로 이탈이 시스템상의 '위험' 수준에 미치지 못했거나, 시스템이 설정된 경보 임계값(Threshold)을 초과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즉, 시스템은 정상 범위를 살짝 벗어난 '비정상'을 '위험'으로 즉시 인식하지 못했을 수 있습니다.

     

     

     

    2. 인적 요소와 '3분 공백'

     

    아무리 첨단 시스템이 갖춰져 있어도, 최종적으로는 관제사가 레이더 화면을 통해 선박의 움직임을 해석하고 상황을 판단해야 합니다. 여기서 '3분 공백'을 초래한 핵심 인적 요인이 드러납니다.

     

    • 관제사의 피로도 및 업무 집중도: VTS 관제사는 24시간 교대 근무를 하며, 넓은 관제 구역의 수많은 선박을 동시에 감시해야 합니다. 특히 심야 시간이나 교통량이 적은 시간대에는 감시 대상이 줄어들지만, 관제사의 피로도가 누적되어 일시적으로 집중력이 저하될 수 있습니다.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항로 이탈 징후를 육안이나 시스템 경고음 없이 즉각 포착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집중력이 요구됩니다.

     

    • 상황 오판 및 우선순위의 오류: 관제사가 다른 긴급한 상황(예: 대형 선박의 위험 근접, 통신 요청 등)에 주의를 분산시키고 있었을 경우, 해당 여객선의 미세한 궤적 변화를 놓쳤을 수 있습니다. 관제 업무의 특성상 위험도가 높은 선박에 주의를 우선 배분하는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덜 위험해 보이는 선박을 잠시 소홀히 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3. 통제 선박의 책임과 시스템 연계성

     

    사고는 궁극적으로 항해사의 부주의(예: 휴대전화 사용, 졸음 등)로 인해 발생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러나 VTS의 역할은 이러한 선박 내부의 과실을 외부에서 감시하고 보완하는 데 있습니다.

     

    • 항해사의 과실: 사고 보도에 따르면, 항해사가 항해 중 휴대전화를 사용하는 등 명백한 안전 수칙을 위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VTS의 공백은 항해사의 과실과 결합하여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했습니다. VTS는 단순히 선박의 위치를 추적하는 것을 넘어, 선박에 탑재된 AIS 정보를 기반으로 항해 계획 및 속도 변화 등을 예측하고 항해사에게 경고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 VTS와 선박 간의 연계성 강화 필요: 현재 VTS와 선박 간의 소통은 주로 음성 교신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항로 이탈 등 비상 상황 발생 시, VTS가 해당 정보를 실시간으로 선박 내 항해 시스템(ECDIS 등)에 자동 전송하여 즉각적인 시각적 경고를 제공하는 시스템 통합이 필요합니다. 3분이라는 짧은 순간에 인간의 판단을 보조할 수 있는 기계적 연동이 필수적입니다.

     

     

    4. 재발 방지를 위한 과제

     

    이번 사고는 시스템의 기술적 한계와 인적 관리의 소홀함이 결합하여 발생한 '인재'의 성격을 강하게 띠고 있습니다.

    재발 방지를 위해서는 관제사의 근무 환경 개선 및 교육 강화, 그리고 VTS 시스템의 경보 임계값을 더욱 민감하게 조정하는 기술적 개선이 시급합니다. 특히 '3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의 미세한 이상 징후도 놓치지 않도록 인공지능(AI) 기반의 위험 예측 및 경고 시스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여, 해상 안전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회복해야 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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